자갈자갈의 핵심 콘셉트는 '따로 또 같이'다.
맞벌이를 하는 부부와 사춘기 청소년, 미혼의 이모가 함께 살고, 개인의 취향이 분명한 가족을 위해 건축가는 '같이 공간'과 '따로 공간'을 철저하게 구분했다.
이 집의 상징인 거실과 다이닝 공간, 앞마당, 2층의 취미실은 '같이' 공간이다.
박 소장은 "가족들이 집에 돌아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연스레 어울려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물 흐르듯 배치했다"며
"독립된 가족실이자 다목적 놀이공간인 거실은 진입부에 아치문을 만들어 아늑한 분위기를 냈다"고 설명했다.
거실 벽면의 한쪽은 책장과 윈도 시트로 채우고, TV 대신 롤스크린을 설치해 시원한 화면으로 영상을 즐길 수 있다.
꽤 넓은 거실 공간에는 대형 소파 대신 가족이 모여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을 놓았다. 소파와 TV가 있는 아파트 거실과는 사뭇 다른 이 거실을 가족들은 살롱이라고 부른다.
"자연스럽게 모여 뒹굴거릴 수 있는 공간이 중심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.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매주 일요일에 모여 소소하게 가족 활동을 해 왔거든요.
가족이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곳이자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에요."
8.5m에 달하는 층고와 중정을 향해 난 4m 높이 창문은 가정집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스케일이다.
법적으로, 구조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올려 한 통으로 만든 오픈 거실이다.
여기에는 가족이 살면서 남다른 '체적'을 원없이 누렸으면 하는 건축가의 바람이 담겼다.
"천장이 낮은 아파트에서는 항상 앞만 보고 살잖아요. 사실 공간을 위아래로 경험하는 것 자체로 큰 감동이 있어요.
고개를 수시로 들어 집안 곳곳을 살필 수 있다는 건 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죠."
1층과 2층에는 유독 긴 복도가 눈에 띈다.
거실과 다이닝 공간 등 공용공간과 개인 공간의 경계에 복도를 만들고, 그 길을 통해 구성원이 각자의 독립된 공간으로 들어가도록 했다.
박 소장은 "서양에서는 방과 방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설계할 때 복도를 먼저 계획한다"며 "이 집도 그런 방식을 따랐는데,
복도 길목을 만들어 서로를 위해 언제나 열고 닫을 수 있는 구조가 됐다"고 설명했다.
특히 '식물 집사'인 이모가 머무는 방은 복도와 앞마당을 사이에 둔 거실 맞은편에 놓고,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온실과 전용 욕실을 갖춰 독립성을 살렸다.